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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람의 마을 빠르게 바뀌어도 언제나 한결같은 큰 나무 날짜 2020.12.13 16:41
글쓴이 고규홍 조회 166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를 찾아서] 사람의 마을 빠르게 바뀌어도 언제나 한결같은 큰 나무

  세월 지나며 참 많은 것들이 바뀝니다. 빠르게 바뀌는 것도 있고, 천천히 바뀌는 것도 있습니다. 바뀐다는 것, 그것은 살아있음의 뚜렷한 자취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바뀝니다. 풍경도 사람도 세월 따라 바람 따라 바뀝니다. 살아있는 생명인 나무도 바뀝니다. 매우 천천히 사람의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천천히 바뀝니다. 바뀐 것을 알아채지 못할 때에 우리는 이상한 안도감을 얻습니다. 반대로 빠르게 많이 바뀐 것들을 보면 불안해집니다. 친근하게 여겼던 것들의 변화를 함께 하지 못한 데 대한 불안함이 그 까닭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을의 한가운데에서 육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나무도 사람과 풍경이 빠르게 바뀌는 동안 바뀐 것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그 전 그대로입니다. 하회마을의 중심이 되는 삼신당(三神堂) 신목, 혹은 삼신당 당산나무로 부르는 느티나무입니다. 느티나무는 육백 년 전에 이 마을의 입향조인 류종혜 공이 처음으로 터를 잡고 심은 나무입니다. 하회마을의 좁다랗게 이어지는 골목길을 돌아들면 만날 수 있는 큰 나무입니다. 삼신당이라는 이름은 사람의 출생에서부터 성장을 지켜주는 우리 전통 조상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하회마을 삼신당 신목은 오랫동안 마을의 살림살이를 지켜온 나무입니다.

  〈안동 하회리 삼신당 신목〉은 나무의 높이가 15미터 쯤 되고, 가슴높이 줄기둘레는 5미터를 훨씬 넘습니다. 나무를 중심으로 사방에 고택 울타리가 바짝 붙어 있어서 나무의 전체 모습을 하나의 화면에 담기는 쉽지 않습니다. 나무 앞의 공간은 비좁지만 그래도 이 자리는 한해의 중요한 제의를 마무리하는 신성한 자리입니다. 하회마을에는 사람살이를 지켜주는 세 곳의 사당이 있는데, 삼신당 신목은 그 셋 중 하나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이틀에 걸쳐 동제를 지냅니다. 우선 정월대보름 날 밤에 상당과 중당에서 마을의 안녕을 비는 동제(洞祭)를 지내고, 이튿날 아침에 삼신당 신목인 이 느티나무에 모두 모여 제를 올리면서 한해의 마을 제의를 마무리합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도 바로 이 자리에서 시작합니다.

  삼신당 느티나무 자리에서 화천 강변 쪽으로는 너른 마당이 펼쳐지는데, 이 자리에서도 아름답게 잘 자란 나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크게 바뀐 것 없이 한결같은 ‘늘 푸른 소나무’ 한 그루입니다. 〈안동 하회리 원지정사 소나무〉입니다. 이 소나무는 국가민속문화재 제85호로 지정한 원지정사 앞 강변의 운치를 돋우는 나무입니다. 삼신당 신목 앞으로 펼쳐진 너른 공터에서 강변 쪽 가장자리에 자리잡고 넓은 마당 풍경의 포인트를 이루는 아름다운 소나무다. 원지정사는 서애 류성룡이 잠시 조정에서 물러나 고향에 내려와 있을 때 세운 것으로 화천(花川) 건너 원지산을 바라보고 있다고 하여 원지정사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사백 년쯤 된 〈안동 하회리 원지정사 소나무〉는 높이가 6미터 쯤 되고, 가슴높이 줄기둘레는 1.5미터를 조금 넘습니다. 그리 큰 나무라고 할 만한 규모는 아닙니다. 하지만 강변이 내다보이는 자리, 다른 아무 조형물도 없는 텅빈 자리의 한쪽 귀퉁이에 서 있는 바람에 실제 규모보다는 훨씬 더 커보일 뿐 아니라, 원지정사를 포함한 주변의 풍광을 운치있게 꾸며주는 소나무이지요. 언제나 한결같은 나무에서 ‘절개’의 이미지를 찾아내 이를 소중히 여긴 옛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더구나 사철 푸른 잎을 떨구지 않는 소나무라면 더 그럴 수밖에요.

  참 많은 것들이 참 빠르게 바뀌는 세상입니다. 그 안에서 언제나 한결같이 홀로 제 길을 묵묵히 살아가는 안동 하회마을 큰 나무들을 바라봅니다. 나무 앞에서 어쩔 수 없이 평안해지는 까닭을 하나 둘 깨달으며 나뭇가지에 스미는 겨울 바람을 마음 깊이 따뜻하게 품습니다.

  눈 내리고 바람 차가워졌습니다. 모두 감기 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월요일 아침입니다.

  고맙습니다.

- 언제나 한결같이 제 삶을 살아가는 나무 앞에서 12월 14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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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2020.12.15 07:13)
원지정사 소나무는 일반 소나무가 아닌
반송이라고 하는 종류로 봐야하나요?
곧게 위로 자라라지 않고 저렇게 자라는 걸 보니~~
기온이 내려가면서 제 일터 밖에 큰 화분에 있던 팔손이를
실내로 들여놓았습니다
지난 주부터 꽃이 만개를 했습니다
고마운 나무들입니다~~
고규홍 (2020.12.16 07:43)
반송은 가지를 옆으로 펼치는 수형보다, 줄기에서 가지가 어느 지점에서 나눠졌느냐를 기준으로 분류합니다. 대략 어른 키높이보다 낮은 곳에서 줄기가 갈라졌을 경우를 반송이라고 하는 일반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하면 원지정사 앞의 소나무는 반송이 아니라 그냥 '소나무'로 보는 게 맞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팔손이 꽃과 함께 좋은 겨울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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