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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슴푸레한 우주를 밝혀 줄 겨울 날 아침의 갈잎 한 장 날짜 2019.12.14 18:15
글쓴이 고규홍 조회 294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

[나무생각] 어슴푸레한 우주를 밝혀 줄 겨울 날 아침의 갈잎 한 장

  기온이 살짝 내렸다 오르기를 되풀이하면서 계절은 차츰 깊은 겨울로 들어섭니다. 십이월의 절반이 그렇게 지나갑니다. 한 주일에 한 차례씩 띄우는 《나무편지》를 두 차례 정도 더 띄우면 2019년 한 해도 마무리해야 하는 즈음입니다. 초겨울 다 지나고 이제는 겨울입니다. 바람 차가워진 들녘에 사람이 머무르는 시간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나무만 홀로 이 겨울 바람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헨리 데이빗 소로는 이 겨울 아침을 이야기합니다. “겨울날 아침, 단 하나의 사물이라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 성공한다면, 비록 그것이 나무에 매달린 얼어붙은 사과 한 알에 불과하더라도 얼마나 대단한 성과입니까! 나는 그것이 어슴푸레한 우주를 밝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막대한 부를 우리는 발견한 것입니까!”

  소로가 신학자 해리슨 블레이크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입니다. 추운 겨울 날 아침, 아니 한낮이어도 좋습니다. 내 곁에 있는 한 그루의 나무 곁에 잠깐 멈춰 서서 나뭇가지 위에 매달린, 아직 채 떨구지 못한 갈잎 한 장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소로의 이야기를 기억하면서 그 안에 담긴 우주를 밝혀줄 빛을 떠올리겠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보다는 다음 새해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언제나처럼 새해에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나무를 찾아 더 많은 길 위에 오르기를 꿈꿉니다. 다시 나무 곁에 더 오래 머무를 생각으로 눈 감으니 나뭇가지 위에 사르르 피어나는 매화 꽃 한 송이 피어나는 봄 풍경이 아주아주 따뜻하게 떠오릅니다. 겨울이 춥지 않은 건 겨울 그 깊은 속에 품은 봄을 떠올릴 수 있는 때문입니다.

  고맙습니다.

- 옷깃을 스미는 겨울 바람 안에서 따스한 봄을 떠올리며 12월 16일 아침에 ……
솔숲(http://solsup.com)에서 고규홍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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