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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향 마을 지켜온 정겨운 거목들 - 매일경제 2003. 4 날짜 2004.06.19 14:49
글쓴이 고규홍 조회 3428
매일경제 2003-04-04

[허연의 북카페] 고향 마을 지켜온 정겨운 거목들

마을 입구에는 늘 당산나무가 버티고 서 있다. 그늘이 되어주기도 하고 , 마을을 지켜주는 신목(神木)이기도 했던 당산나무는 마을을 떠난 사 람들의 머릿속에 고향의 상징으로 오래도록 남아 있다. 당산나무에는 아무도 범하지 못할 위엄이 있다. 당산나무가 굽어본 건 역사였다. 마 을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비롯해 마을의 모진 풍상을 묵묵히 지켜본 당 산나무는 마을의 가장 오래된 주인이었다.
'이 땅의 큰나무'(고규홍 글ㆍ김성철 사진)는 말없이 수백년간 이 땅의 곳곳을 지켜온 큰 나무들에 관한 보고서다.

은행나무 물푸레나무 회화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전나무 향나무….

그 이름만 들어도 시원스러운 나무들이 책 안에 가득하다. 전국에 흩어 져 있는 노거수(老巨樹)들을 사진과 함께 하나씩 읽다 보면 그 신비스 러움에 감탄하게 된다.

몸을 옮기지 않고 한 자리에서 수백년을 사는 나무는 신비스러운 생명 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움을 잃어가지만 나무는 나이가 들 수록 아름다워진다. 세월의 연륜만큼 줄기는 늠름해지고 가지는 세상을 다 품어줄 듯 넓게 퍼진다.

나무는 또 자기가 사는 땅을 닮아간다. 사람들의 손을 피해 산속에 홀 로사는 나무는 고고한 표정을 지니고 있고, 마을 어귀에서 수많은 사람 들과 눈길을 주고받으며 살아온 나무는 어머니의 품 속 같은 따스한 얼 굴이다. 넓은 논밭 한가운데 서 있는 나무는 신령 같은 기품을 지닌 표 정이다.

나무가 사람과는 달리 이처럼 오래 살 수 있는 건 나무의 형성조직 때 문이라고 한다. 없어진 조직을 새로 만들어내는 능력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늘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나무 같은 사람이다. 늘 새롭게 태어나 고, 한 자리를 지키고, 웬만한 고통엔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우직함을 지닌 나무 같은 사람이 그립다.

식목일 아침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 천 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 푸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고 했던 황지우 시인의 시를 떠올 림 직 하다. 눌와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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