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ro > 언론속의 [나]
언론속의나
제목 나무와 사람이 빚어 낸 세월 - 함께 하는 사회 2004. 3 날짜 2004.06.19 14:55
글쓴이 고규홍 조회 3171

- 삼성그룹 사외보 “함께 하는 사회” 2004년 3,4월호


 


"나무와 사람이 얽혀 빚어 낸 세월을 이야기합니다"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 씨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천리포 수목원에 들어가 해답이 없는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자신을 가다듬던 때였죠. 싸락눈 내리는 겨울 아침에 목련나무를 문득 바라보니까 꽃이 피어 있지 않겠어요? 깜짝 놀랐죠. 아, 시간이 멈춘 듯하다. 시간에 쫓겨 살며 건널목조차 걸어서 건너 본 적 없이 살던 제게는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앞으로 나무를 캐 보자. 수천 년 동안 자라 온 나무와 그 안에 담긴 사람 이야기라면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누구나 아는 중앙 일간지 기자로 일하며 IMF 구조조정까지 버틴 후 과감하게 굶을 자유를 택했다는 고규홍 씨가 이름도 생소한 나무 칼럼니스트가 된 사연이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잘 나가던 기자생활을 때려치우고 철없는 짓을 한다고 여겼지만 정작 주변 사람들은 나무와 동물 관련한 이야기를 유달리 좋아했던 고규홍 씨가 나무 칼럼니스트가 된 것에 진작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 곤충, 나무 등등 야생의 것들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요. 이제 매주 나무를 보러 가는데도 여전히 가고 싶은 곳이 많이 남아 있고, 유난히 애착이 가는 나무들은 보고 또 보고 싶고…."


 


이렇듯 애정을 담아 하나 둘 찾아 인연을 맺은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 가운데 몇 그루를 골라 『이 땅의 큰 나무』를 펴냈고, 앞으로 『절집의 나무들(가제)』이라는 새 책을 준비하고 있다.


 


"절이라는 건물은 인공, 사람이 만든 것이지만 그 곳 산세나 나무들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거든요. 이제 서로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셈이죠. 저는 거기에 얽힌 역사와 전설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이틀 이상은 나무를 찾아 떠나는 그를 '남다른 자연주의자'로 단정한다면 큰 오산이다. 나무를 찾기 위한 노자는 웹사이트 일로 번다는 그의 우스갯소리처럼 각종 웹사이트 관리와 콘텐츠 생산을 업으로 삼고 있는 디지털리스트이기도 한 때문이다.


 


자연을 벗삼은 데서 나오는 싱그러움과 디지털을 다루면서 얻은 앞선 사고와 열린 태도, 고규홍 씨에게서는 무수한 세월이 흘러도 푸릇푸릇한 나무를 연상할 수 있다.


 


"저 같은 백수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걸 보면, 자연과 가깝게 지내며 한 걸음 느리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새삼 느껴요."


 


올 봄 삶의 기어를 한 단 내리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고규홍 씨가 추천하는 나무는 삼월 중순 절정을 이루는 전남 선암사의 매화나무다.


 


"난초에 물방울이 굴러 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곳에서 향기를 귀로 맡아야 하는 꽃, 은둔하는 매화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추천사다. 눈에 보이는 대로 휩쓸려 살던 생활에서 한 발 물러나, 온몸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려는 노력이 자연주의의 참 의미일지 모르겠다.


(www.solsup.com)


 


글/ 김희연(자유기고가) 사진/주병수

글쓴이 비밀번호
보이는 순서대로 문자를 모두 입력해 주세요
등록
목록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