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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무 칼럼니스트’ 변신… 푸르른 새 인생 - 미디어오늘 날짜 2006.04.07 01:11
글쓴이 고규홍 조회 4003
 

‘나무 칼럼니스트’ 변신… 푸르른 새 인생


[미디어오늘 2006-03-05 00:00]





싫었다. 싫은 사람을 만나 싫지 않은 척 하면서 싫어한다는 걸 들키지 않게 기사를 쓰는 게 정말 싫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지하철 안에서 그런 기사를 열심히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래서 11년의 기자 생활을 접었다. 둘째를 낳고, 아내가 산후조리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천리포수목원으로 ‘잠적’했다. 앞일은 이제부터 궁리해 볼 참으로. 눈이 펄펄 내리던 지난 99년 겨울, 고규홍(46) 전 중앙일보 기자는 수목원에서 활짝 핀 목련을 발견한다.





‘어? 한겨울에 웬 목련?’ 수목원 관계자에게 물으니 겨울에 꽃이 피도록 개량된 품종이라고 했다. “그런 얘기는 푯말에 좀 써 놔야 되는 것 아닌가” 했더니 수목원 관계자 왈, 당신이 하란다. 시작은 그랬다.





‘나무’가 들어간 시를 찾고, ‘나무’가 들어간 책을 읽고, 식물도감을 뒤지고, 나무를 찾아 다녔다. 나무와 시간,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를 이야기하기 위해. ‘나무를 찾아서’라는 메일을 보내고, MBC EBS BBS 등에서 나무 이야기를 하고, 주말이면 산사와 고택으로 답사를 다닌 지 7년.





그는 ‘나무 칼럼니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를 ‘나무 전문가’, 특히 오래된 나무인 ‘노거수 전문가’라고 부른다. 나무와 첫 인연을 맺게 해 준 천리포수목원의 감사 타이틀도 붙었다.





“답사는 반드시 혼자 떠납니다. 여러 사람이 같이 가면 서로 얘기하고 노느라 나무에 온전히 신경을 쓰지 못하거든요. 그건 답사가 아니라 여행이죠. 답사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씩 외박을 하는데도, 아내는 술을 안 마시니까 기자생활 할 때보다 훨씬 좋다고 그러더라구요.”





나무가 한창인 봄과 가을에는 자동차 기름 값만 한 달에 120만 원 남짓 나온다. 일주일에 한 두 번 방송 출연하고, 외부에서 청탁한 원고도 쓰고, 대학에서 겸임 교수로도 활동하지만 감당하기 벅찬 금액이다. 특히 지난 가을엔 대출금 만기가 한꺼번에 돌아와 신문사를 그만둔 이래로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웠다.





기름 값이라도 스폰을 받을까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문을 두드렸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한 번은 지자체를 찾아가 절에 있는 나무 이야기로 관광 상품을 만들어 보자고 했더니 나무 보는 건 관광이 아니라면서 거절하더라구요. 먹고 마시고 노는 게 관광이라나….”





돌아가자니 너무 멀리 왔고, 앞으로 나아가자니 눈앞이 꽉 막혀 있었다. 결국 막혀 있어도 전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고 나니 올 3월부터 인하대에 출강하라는 반가운 소식이 뒤따라왔다.





한때 고씨는 중앙일보 내에서 컴퓨터 전문가로 통했다. 90년대 중반에 벌써 <컴퓨터를 켜고 마음을 열고> <기자를 위해 기자가 쓴 컴퓨터> 등 컴퓨터 관련 책을 두 권이나 냈다. 테트리스로 밤을 지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컴퓨터 장사를 하는 후배를 쫓아다니며 배운 것이 제법 효자 노릇을 한다.





한림대와 인하대에서 맡고 있는 강의도 ‘인터넷 뉴스 작성법’ ‘인터넷 콘텐츠 구성과 실제’ ‘디지털 미디어의 글 쓰기’ 등 모두 기자 경험과 컴퓨터 실력을 접목한 과목들이다.





고씨는 퇴사 이후 조인스닷컴의 Books 코너와 이코노미스트 사이트를 맡아 운영하기도 했다. 나무와 관련된 강의를 하고 싶은 욕심이 크지만,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은 분야라 개설이 쉽지 않단다.





그는 오는 5월 <옛집 나무>와 <알면서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가칭)를 펴낼 계획이다. <이 땅의 큰 나무>와 <절집 나무>를 내놓은 지 2년만이다. <KBS 스페셜> 팀과 함께 봉화의 죽은 느티나무를 취재한 것도 조만간 전파를 탈 예정이다.





그에게는 꿈이 있다. 예순 살이 되면 자신만의 나무를 심고, 죽고 나면 그 나무 아래 묻히는 것이다. 골프장과 스키장, 산소가 가장 싫다는 그는 다시 태어나기보다는 나무의 거름으로 쓰이고 싶단다.





“살아있는 동안은 감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시골의 집집마다 있는 감나무는 있을 땐 모르지만 베어내면 아주 허전하거든요. 있을 땐 너무 당연하고, 꼭 있어야 될 것 같지 않지만 없으면 빈자리가 티 나는 그런 사람이요. 천리포를 제외하고 수목원을 추천해 달라구요? 역시 광릉수목원이 제일 좋겠죠.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용인의 한택 식물원이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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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숙 기자 ksan@mediatoday.co.kr

김미선 (2006.07.21 10:45)
와우... 대단하십니다..




그런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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