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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를 만난 나무는 뿌리 끝까지 행복에 떱니다! 날짜 2008.04.18 16:41
글쓴이 고규홍 조회 3368
 

시를 만난 나무는 뿌리 끝까지 행복에 떱니다!


월간 Paper/ 2008. 4





[뉴스를 클리핑하며]





시인 ‘강 정’ 님이 제 책을 놓고, 나무의 입장에서 글을 쓰셨습니다. 참 좋은 글입니다. 이 글은 멋진 잡지 ‘월간 페이퍼’에 실렸습니다.





[뉴스 원문]





나무가 말하였네(고규홍/마음산책)





저는 세상 어느 곳에나 있습니다. 그만큼 존재하는 방식도 다양하지요. 사람들은 저를 가지고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기도 하고 길가에 세워놓기도 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이롭게 한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한꺼번에 받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저 역시 항상 즐겁고 보람차기만 한 건 아닙니다.





저의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을 사람들은 숲이라 부릅니다. 아시다시피 숲은 세상의 태양과 물의 순환작용을 활발하게 이끌어 공기를 정화하고 많은 생명체들의 안식처를 제공합니다. 숲에 있을 때 저는 여러모로 행복합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저의 모든 기능과 역할, 나아가 제 삶의 근원과 목적을 한꺼번에 일깨우는 게 숲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저에게 사람들은 근원적인 친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이 없었다면 사람들의 삶은 더욱 각박하고 메말라졌을 것입니다.





예전에 누군가 썼듯 저는 ‘아낌없이 주는’ 존재일 뿐, 다른 생명체에게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간혹 사람들은 저를 나쁜 데 이용하거나 필요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생명을 끊어놓기도 합니다. 말없는 저는 그저 묵묵히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지만, 저를 훼손함으로써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사람들에게 돌아가지요. 그런 걸 보면 말도 많고 머리도 좋은 사람들이지만, 말 없는 저보다 훨씬 우매해 보일 따름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많은 좋은 사람들을 알고 있습니다. 여러 부류로 나뉠 수 있지만, ‘시인’이라는 존재는 저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한 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인이라면 너 나 할 것 없이 저를 대신해 노래하고 생각하고 꿈꾸고 이야기를 들려준답니다. 가령, 이런 식으로요.





꽃들 속에 벌떼라도 숨어들었는가/꽃봉오리 속마다 소란하다/질식할 것같은 땅 속에 입술을 부비고/넓디넓은 허공을 향해/저리도 얇은 태반을 내다 걸어/새끼를 매다는 저 꽃나무!


-김혜순의 ‘허공에 뿌리를 내리는 나무’ 중





짧은 소견이지만 시는 인간이 하는 말 중에서 가장 따뜻한 온기와 맺힘 없는 흐름으로 삶의 근원적 질서와 뿌리를 헤아리게 한다는 점에서 저의 생태와 흡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언뜻 쓸모없어 보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관심 받지 못하면서도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든 그 고유한 기능을 유지한다는 것까지 따지면 거의 비슷한 운명공동체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저는 시와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시인을 사랑합니다. 저의 이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건 드문 축복이지요. 여기 70여 편으로 축약된 시와 저만의 교류기가 있습니다. 이 책을 읽어 보시고 부디 숨어 있는 삶의 부드러운 뿌리를 한번 쯤 되새겨 보시길 바랍니다. 사람들은 저를 ‘나무’라고 부른답니다.





강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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