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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빚으로 얼룩진 베토벤의 가계부- 한국경제 날짜 2008.12.29 15:54
글쓴이 고규홍 조회 3695
 

[고두현의 책마을 편지] 빚으로 얼룩진 베토벤의 가계부


한국경제/기사입력 2008-12-25 18:33 |최종수정2008-12-26 09:33 





나무칼럼니스트이자 클래식 애호가인 고규홍씨는 어느 날 책에서 베토벤과 동생의 편지를 발견하고 무척 놀랐답니다. 가난한 베토벤이 엄청난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동생에게 도움을 청했다가 거절 당한 내용입니다.





'형이 선택한 직업은 원래 생활을 곤궁하게 하는 것 아닙니까. 형의 궁핍은 형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책임도 형 스스로 져야 할 것입니다. -토지 소유자 동생 요한' 그러자 '너의 돈은 필요 없다. 너의 설교도 필요 없다-두뇌 소유자 형 루트비히'라고 되받아칩니다.





위대한 악성(樂聖)도 경제 문제를 비켜갈 수 없는 생활인이라는 걸 보여주는 일화이지요. 그때부터 음악가들의 밥벌이에 관심을 가진 고씨가 《베토벤의 가계부》(마음산책 펴냄)를 냈습니다. 뛰어난 음악가 22명의 '생계'를 화두로 삼은 클래식 음악사입니다.





극도로 궁핍해진 베토벤은 스승인 하이든과 함께 마신 커피와 초콜릿 값까지 가계부에 기록합니다. 새로 작곡한 작품에 엄격한 값을 매기고 연주회 개런티도 악착같이 챙겼습니다. 그는 간단한 숫자의 셈법도 서툴러 틀린 값을 자주 적곤 했지만 작품을 완성하면 상업적 가치를 철저하게 계산하고 에누리 한 푼 없이 팔았다고 합니다.





이 같은 구두쇠 생활로 그가 지킨 것은 자존심이었습니다. 귀족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창작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이 필수적이었던 거죠.다른 작곡가들도 사정은 비슷했군요. 피아노 한 대 살 수 없던 처지의 슈베르트는 일종의 팬 카페인 '슈베르티아덴'에 기대 근근이 먹고살았고 쇼팽도 오페라 티켓 구입만 생각한 너머지 실속 없는 출판계약을 거듭한 '돈맹'이었습니다.





클래식이라면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음악사의 거장들도 먹고사는 문제로 골머리를 썩였지요. 저자는 이들의 '목구멍 문제'를 당대의 경제ㆍ사회적 맥락과 함께 살핍니다.





'자본의 사회에서 돈의 굴레'를 입체적으로 비춘 시도가 신선합니다. 돈의 굴레에서 벗어났지만 소비에트 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쇼스타코비치의 비애를 다룬 대목도 긴 여운을 남깁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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