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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무와 마음이 맞는 그 순간을 찍다-월간 사진 2010.7 날짜 2010.07.01 09:34
글쓴이 고규홍 조회 3359

   나무컬럼니스트 고규홍, 나무와 마음이 맞는 그 순간을 찍다



   봄과 함께 흰 속살을 드러내는 목련이 웬일인지 겨울을 알리는 눈이 오던 날 피었다. 12년 몸 담았던 직장을 그만두고 도시를 떠나 수목원에서 생활하던 고규홍씨는 우연처럼 필연처럼 그렇게 나무와 만났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봄에 펴야 할 꽃이 지금 피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 고씨는 이제는 사람이 아닌 나무의 사연을 들어보자는 생각에서 나무 이야기를 시작했다.



   문화와 인문학에서 쓰고 찍는 나무 이야기



   1999년 천리포수목원에서 겨울에 핀 목련을 보며 나무와 인연을 맺은 고규홍씨는 이듬해 봄부터 나무를 찾아 여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오래된 고목 ‘노거수’ (老巨樹)를 모은 ‘이 땅의 큰나무’ (눌와 펴냄 2003)라는 첫 책이 나왔다. “나무를 식물이 아닌 문화로 보려고 했어요. 식물로서 본 나무에 관한 책은 흔하고 다양해, 문화적, 인문학적 관점에서 나무를 보고 나무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나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사진이 필수다. 느티나무와 팽나무의 다른 점을 글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진만큼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



   그는 사진기자는 아니었지만 12년 동안 기자 일을 하면서 종종 사진도 찍어왔다. 고등학교 때는 사진부에서 활동할 만큼 사진을 좋아했지만, 워낙 돈이 많이 들어가는 취미다 보니 집중해서 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완전 초짜도 아니었고, 좋은 사진은 눈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법이다. 나무 사진을 찍으면서 특별한 수업이나 공부보다는 역시 좋은 사진을 많이 보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8권 책 펴내고 12년째 솔숲편지 배달



   고규홍씨는 하루 종일 나무 주위를 돌고, 나무 그늘에 누워 낮잠을 자다 저녁 무렵 한 컷만 찍고 돌아온 적이 있다. “나무를 찍는 토마스 후버라는 사진가가 있어요. ‘나무가 촬영을 허락하는 순간을 기다려서 찍는다’ 라는 말을 남겼는데, 저 역시 공감하고 같은 생각이에요. 나무가 나와 마음을 맞춰주는 순간이 있고, 그때 사진을 찍어요. 교감이랄까. 대상과 교감하지 않으면 아름답게 표현할 수 없지 않을까요.”



   주로 큰 나무를 찍다보니 배경과의 콘트라스트 차이를 맞추는 것이 아주 어렵다. 그는 ‘나무를 보는 것은 하늘을 보는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한다. 나무를 찍을 때는 항상 하늘이 같이 찍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나무의 디테일과 구름을 함께 찍는 경우가 많다. “나무를 살리면 하늘이 죽고, 하늘을 살리면 나무가 죽어요.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그저 많이 찍는 거에요.”(웃음)



   오랜 시간동안 나무를 찾아 헤매다보니 천연기념물급의 고목을 우연찮게 발견하기도 한다. 그 중 몇 그루는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관리 받고 있다. “이런 일은 주로 관공서에서 하는데, 개인이 신정한 일은 제가 처음이라고 해요. 그래서 인터뷰 제의도 많이 받았어요. (웃음) 너무 보람되고 뿌듯한 일이죠.”



   고규홍씨는 그동안 절이나 옛집에서 볼 수 있는 나무를 모은 책, 일반인들을 위한 나무 답사 여행 안내서인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나무여행’ (터치아트 펴냄, 2007), 시와 에세이를 사진과 함께 엮은 ‘나무가 말하였네’(마음산책 펴냄, 2008) 등 나무를 주제로 지금까지 8권의 책을 냈다. 2001년부터 운영하는 솔숲닷컴(http://solsup.com)을 통해서도 나무 이야기를 꾸준히 전하고 있다.



고씨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운명처럼 시작한 일이니 계속하자’ 라는 마음도 먹었다. 그는 가을께 새로운 나무 이야기를 선보인다. 그리고 다시 나무를 찾아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정리 | 편집부, 디자인 | 김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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