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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일정
제목 몬트리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정모 님 날짜 2002.02.15 09:42
글쓴이 고규홍 조회 487
1976년 8월1일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경기장에는 몽고와 미국의 국기를 거느리고
태극기가 정상에 나부꼈다.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올림픽 경
기장에 애국가를 울려펴지게 한 쾌거였다.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마라톤을 제패했던 식민지
시대 손기정 옹의 한을 풀기까지 무려 40년의 세월 끝에 이룬 성과였다.

승전보를 전해준 당시 23세의 주인공 梁正模(44)씨는 지금 조폐공사의 감독으로 제2의 레슬링
인생을 살고 있다. 서울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스포츠 강국 대열에 들어서고 있는 이제 숱하게 많
은 금메달리스트들 틈에서 梁씨의 이름은 잊혀지는 듯 하지만 최초의 금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만
큼은 여전하다.

1953년 부산 대광동에서 아버지 梁承默씨의 2남3녀 중 큰 아들로 태어나 부둣가 방앗간 집에
서 태어난 梁씨는 부산 건국중 시절부터 레슬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을
모두 했으나 71년 동경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회 이후부터는 하반신을 쓰지 않는 그레코로만형보다
는 전신을 모두 쓰는 자유형이 스케일이 크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고 판단, 자유형에만 전념했
다.

"몬트리올 올림픽 제패 이후 연습을 계속 했어요. 모스크바 올림픽에 참가해 대회 2연패를 이
루는 게 꿈이었는데, 모스크바 올림픽에 우리가 불참하는 바람에 꿈을 못 이뤘어요."

梁씨는 1980년 8월 제5회 KBS배 쟁탈 전국 아마추어레슬링 대회를 끝으로 13년간의 선수생
활을 마치고 조폐공사 레슬링 코치로 제2의 레슬링 인생을 시작, 현재 감독으로 후배지도에 임하
고 있다. 현역에서 떠났지만 매트를 떠난 인생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LA 와 서울 올림픽에서 동
메달을 따낸 李正根 吳孝喆 선수가 그가 길러낸 재목이다. 그의 선수 지도 방식은 단순히 경기
테크닉을 가르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일정한 수준에 이르른 선수들끼리의 싸움에서는 기술이나 힘이 승패를 좌우하지 않아요. 그
때에야 말로 머리를 쓰도록 해야 합니다. 단순한 심리전을 넘어 어느 만큼 정신력에서 이길 수
있느냐 하는 자신감이 정말 중요합니다. 선수들 개개인의 상황과 심리를 얼마나 잘 파악해서 지
도하느냐가 지도자가 가지는 과제이지요."

선수를 지도하는 스타일이 강압적이지 않고, 직접 젊은 선수들과 함께 매트 위에서 테크닉 시
범을 보이고, 몸동작을 교정해 주는 등 선수들과 몸을 부대끼는 속에서 그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
가고자 노력한다는 梁씨는 집에서도 고교2년생인 아들에게 자상한 아빠로, 아들의 속내를 파고들
어가는 좋은 아빠가 되고자 한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식의 강압적인 교육이 순간적인 효과야 빠르겠지요. 하지만 그게
얼마나 오래 가겠습니까. 자신이 스스로 체험하고 느끼는 속에서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방
식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인간성 바탕으로부터 교육하게 돼, 가장 오래 남을 수 있는
진정한 지도방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레슬링 이외에는 다른 생각을 해 본 적도 없고, 할 자신도 없다는 梁씨는 성실하고 규칙적인
생활로 주변에서는 '레슬링 뿐 아니라 생활태도 역시 금메달감'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다. 현재 조
폐공사 부처장 급으로 근무하는 梁씨는 역삼동 삼익아파트에서 아내 孫恩淑(42)씨와 외아들 孝榮
군과 함께 살고 있다.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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