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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일정
제목 '통일의 꽃' 임수경 님 날짜 2002.02.15 09:40
글쓴이 고규홍 조회 653
8년 전 8월, 정국은 전대협 대표로 한국외국어대 4년생인 林秀卿씨(30)를 세계청년학생 축전
이 열리고 있는 평양에 파견, 정국을 뒤흔들었다. 6월30일부터 8월15일 광복절을 기해 군사
분계선을 넘어 귀환하기까지의 47일 동안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국내외 언론에 초미의 관심
을 모았고, 이후로 남북 분단시대의 상징적 사건으로 오래도록 분단 민족의 가슴에 남아 있
다. 분단 44년만에 이루어진 전후세대의 전격적인 북한 방문은 찬반 논쟁과 무관하게 분단
의 뜻을 되새기게끔 하는 주요 사건임에는 틀림 없다.

사건의 주인공인 '통일의 꽃' 林秀卿씨는 귀한 후 3년 여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대학에 복학, 7
년만에 졸업을 했으며, 95년 1월에는 한국일보 최진환 기자와 결혼, 현재 평창동에 보금자리를 꾸
미고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가족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있었지만 부모님들은 언제나 저를 지지해 주시는 편이에요. 얼
마 전에는 남편이 해외 출장을 나가게 되었을 때, 아내가 바로 임수경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비자가 허락되지 않는 웃지 못할 일이 있기도 했어요. 하지만 남편도 늘 저와 저의 모든 활동을
지지하는 편이에요."

林씨의 부친 林判鎬씨(61 서울시 지하철공사 교육원장)는 딸의 방북 사건으로 승진에 족쇄가
묶여있다가 정년을 불과 7개월 앞둔 95년 11월에야 비로서 이사로 승진, 현재 이사 임기 3년을
채우고 있는 중이다. 그밖에 林씨의 언니 윤경씨도 다니던 회사로부터 쫓겨나기도 했지만 林씨의
가족은 언제나 林씨의 입장에 적극적인 지지자들이다.

"요즘은 무엇보다도 아이 키우기가 가장 힘들어요. 지난 7월에 대학원 석사 논문을 제출했는
데, 그때가 마침 아들 아이 돌이었어요. 힘들게 논문을 마치기는 했지만 아이 키우기가 이렇게 힘
들 줄은 미처 몰랐어요. 생각대로라면 그동안 해 오던 민가협 모임 등을 자주 찾고 싶지만 도무
지 짬이 나지 않아요."

林씨는 지난 달 서강대 언론대학원에서 석사논문을 제출했다. 논문은 국내 언론의 국가보안법
사건 관련 인격권 침해 사례가 주제. 89년부터 96년사이의 사건을 다루었지만 자신의 사건은 제
외시켰다. 석사논문의 객관성을 해칠까봐서였다. 논문을 쓰는 동안 돌 맞이 아들 재형은 엄마 품
을 떠나지 않았다. 무척이나 힘들게 완성한 논문이다. 林씨의 논문은 무난히 통과, 오는 22일 졸
업을 맞이하게 됐다.

"첫 임신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사산을 하고 나니 겁이 많이 들었고, 올바른 호흡법과 요가체
조를 익혀 출산의 고통을 줄이자는 주변의 권고를 받아들였어요. 두 번째 임신을 했을 때에는 요
가를 배워 의사들의 권고를 뿌리치고, 자연분만으로 3시간만에 건강한 아들을 순산했지요."

林씨가 요가를 처음 배운 것은 감옥 생활 중에서였다. 감옥에서는 책을 보고 혼자 연습해보고,
주변의 수감 동료들로부터 배우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배운 것은 이때였다. 이때 요가교실에서
만난 동료 어머니들과 함께 林씨는 '좋은 엄마를 위한 모임'을 만들었고, 이 모임에서 자신의 경
험을 살려 '임산부 체조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林씨는 계속해 요가 지도자 과정을 마쳐, 지금은
요가 지도자 자격까지 갖고 있다.

"요가가 출산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출산 뒤에도 요가는 굉장히 요긴해요. 요가는
단순히 신체를 건강히 하는 체조로만 이루어지지 않았거든요. 명상과 호흡법으로 정신적 안정을
찾는데에 요가만큼 좋은 건 없을 거에요. 특히 가사로 지쳐있는 주부들에게는 더욱 필요한 일이
라는 생각이에요. 요즘도 저는 하루에 적어도 10분 이상은 요가로 정신을 가다듬곤 하지요."

아이를 키우면서 또다른 하나의 인격체를 키워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실감한다는 林
씨는 조금이라도 여유를 찾아 하던 공부를 보다 깊이있게 해냈으면 하는 욕심을 키워가고 있다.
엄마를 잠시도 떼어놓지 않으려는 아들 재형이가 조금만 더 안정을 찾을 때가 되면 언제라도 공
부를 계속하려는 요량이다.

"보다 넓은 세계로 나가보고 싶어요. 요즘 같아서야 집에서 책 한권 제대로 읽을 시간을 못
내고 있지만, 할 수만 있다면 외국에 나가서 세계적인 석학들로부터 깊은 사상을 배워보고 싶고
또 그들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 젊은이들과 함께 사상적인 교류를 나누고 싶어요."

아이를 키우고, 또 같은 입장인 젊은 엄마들과의 만남을 통해 '통일의 꽃' 임수경씨는 다시 피
어날 수 있는 그 날을 끝없이 기다리고 있다.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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