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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일정
제목 한국판 슈바이처 신장곤 박사 날짜 2002.02.15 09:37
글쓴이 고규홍 조회 500
1969년 38세의 나이로 한국 정부의 의료진 해외 파견프로그램에 자원, 청진기 하나만
을 들고 검은 대륙 아프리카로 떠나 원주민들로부터 '우아송고스'(생명의 은인)이라
불리며 24년간 인술을 펼친 '한국판 슈바이처'가 있다. 현재 경남 진주시 진주성모병
원 외과전문의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申壯坤 박사(66)가 바로 그 이다. 申씨는 5년
전인 93년 영구귀국했다. 귀국에 즈음해서 중앙아프리카 코링바 대통령으로부터 최고
훈장을 받았고 적십자사 명예총재로 추대되기도 했다.

"아프리카 생활이 너무 길었는지, 처음 고국에 돌아와서는 많은 것들을 적응하기 힘들었
어요. 24년 만에 돌아와 본 조국은 많이 변했더군요. 아프리카 생활에 깊숙히 젖어있는
저로서는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심지어는 방송 뉴스를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말도 생
경했고, 언제 어디서든 '빨리 빨리'로 통하는 우리 사회의 문화에 적응하기가 정말 어렵
더군요. 아프리카의 여유로운 삶에 젖기도 했지만 워낙 저는 말도 느리고 동작도 매우 느리
거든요. 하지만 무엇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는 게 가장 어려웠지요. '한국판 슈바이처'라
는 허명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었죠."

'청진기 하나 가지고 갔다가 이름 석자만 달랑 들고 돌아온' 93년 당시 申씨는 기거할
집도 없어 친척집 문간방에 머물렀다. 일자리가 없어 생활 자체가 힘들기까지 했지만
요즘은 진주성모병원장 李德燮씨의 주선으로 경남 진주시에 자리를 잡게 됐고, 생활할
전세 집도 마련했다.

"아프리카 생활이 무조건 힘들고 어렵다고만 생각할 수는 없어요. 나름대로 보람도 있고,
또 여기보다 훨씬 좋은 조건일 수도 있었지요. 이를테면 여기에서는 의술과 병원경영의 계
산을 맞추어야 하는 곤란함이 있지만 아프리카에서야 그럴 필요가 없지요. 게다가 그 곳에
서의 의사에 대한 예우는 무척 좋아요. 거의 최상급 대우지요."

슈바이처 박사가 희생과 봉사로 평생을 바친 아프리카 땅 가봉이 申박사가 처음 도착
한 아프리카였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은 단 한명도 살지 않았고, 申박사는 그곳 수도 리브
르빌 국립병원 외과에서 계약기간인 2년 동안을 근무했다.

"아프리카는 참으로 아름다운 지역이에요. 조금씩 살다보니, 힘들다는 사실보다는 그곳의
천연적인 자연과 때묻지 않은 원주민의 삶에 매료되었어요. 게다가 이곳보다는 저를 더
필요로 하는 곳이라는 판단이 들었지요."

아프리카에의 애정이 깊어진 申씨는 이후 계약을 연장, 자이르에서 13년, 중앙아프리
카 공화국 빔보시립병원의 원장으로 9년을 근무하고 24년만인 지난 93년 영구귀국했다.

"정년을 넘겨 귀국하게 됐지요. 귀국 직전 몇 년만 더 있어 달라는 원주민들의 청을
뿌리치기가 참 어려웠어요. 원주민들의 순박한 삶과 생각들은 참 많은 걸 가르쳐 주었지요.
한국인으로는 견디기 어려운 기후로 풍토병에도 걸려 죽을 고비를 몇 차례 넘기기도 했지요.
세 아이가 한꺼번에 말라리아에 걸려 위험했던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게 치료 받
는 일 자체를 기쁨과 영광으로 여기는 원주민들은 제게 의사로서의 최대의 보람을 안겨주
었지요. 진료를 받은 원주민들이 계란, 파파야, 바나나 등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해 올 때면
이게 참 의사의 길이로구나 하는 큰 뿌듯함이 일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슈바이처 박사와 일본인 의사 노구치 히데오를 존경하고 사숙해 오던 申
박사에게는 아무래도 아프리카 식 의료 활동이 제격이었다는 이야기다. 어려운 결정과 어
려운 활동을 해 온 申씨를 지금도 알아보고 진주 성모병원으로 찾아오는 환자들도 있다고 한
다.

申씨에게는 아무래도 아프리카의 추억이 오래 남아있다. '기력이 남아 있는 한 언제
까지라도 인술을 펼쳐보겠다'는 申씨는 건강을 위해 틈이 나는 대로 체력단련을 위한 운
동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으며, 휴일이면 빠짐없이 평생 반려 宋必連(61)씨와 함께
인근의 쌍계사 화엄사 등의 휴양지로 나다니는데에 즐거움을 느끼며 천생 의사로서의 여
생을 사르고 있다.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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