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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일정
제목 미스코리아 제1호, 강귀희 님 날짜 2002.02.15 09:23
글쓴이 고규홍 조회 667
전쟁의 포화가 그치고 휴전이 성립된 것은 1953년 7월27일이었고, 그해 8월15일
정부는 임시수도였던 부산에서 서울로 수도를 옮겼다.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그해 5월 임시수도 부산에서는 국내 최초의 미인대회인 미스코리아 선발대
회가 열렸다.

한 신문사의 주최로 열린 이 대회에서 초대 미스코리아로 뽑힌 미인은 당시
숙명여대 영문과 재학중인 姜貴姬씨(62)였다. 44년 전 한국 최고의 미녀 姜씨는
지금 강남구 역삼동에 노이폼하우스라는 한국형 다단계판매회사를 차리고, 사업
가로서의 인생을 불사르고 있다. 耳順을 넘긴 나이이지만 姜씨는 국내 최초의 미
인답게 여전히 미인으로서의 자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학 재학 중 미스코리아에 당선한 姜씨는 학교를 졸업한 뒤, 1966년 31세 때
사업가로서의 변신을 시도, 혈혈단신 베트남으로 뛰어가 미군을 상대로 통신장비
수리업에 손을 댔다. 거기에서 일정한 자금을 확보한 뒤,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의상디자인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를 찾았다.

"공부야 열심히 했지요. 제 본디 성격이 고집이 셀 뿐 아니라 일단 무슨 일이
든 시작하기만 하면 1등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미여서 열심히 했지요. 하지만
워낙 뒤늦은 출발이었기에 학교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소용 없었어요. 현장 실무
에서는 크게 힘이 되지 않았어요."

'셰 갈리라빈'이라는 의상학교에 입학, 2년 뒤 졸업 때에 姜씨는 수석을 차지했
지만 디자이너로 만족하지 않고, 39세가 되는 74년 또 한번의 새로운 변신을 준
비한다. 姜씨는 파리의 엘리제궁 앞에 한국음식점 '르 서울'을 개업했다. 이후 95
년 귀국 때까지 姜씨의 모든 활동의 거점이 되는 식당 '르 서울'은 식도락의 나라
한복판에서 고급 사교장으로서 자리를 굳혔다. 프랑스를 방문하는 한국의 주요인
사 뿐 아니라 미테랑 대통령을 비롯한 프랑스 정 재계 인사들에게도 '르 서울'은
인기있는 식당이 되었다.

그와 함께 姜씨는 같은 해에 '오버스코어'라는 기술 중계회사를 설립, 프랑스와
한국 기업간의 기술제휴를 중개하는 일을 했다. 프랑스의 선진 중장비 기술을 국
내의 현대 동아 등 건설업체와 연결해 주고, 또한 부산지하철 공사에는 프랑스
솔레탕쉬사의 첨단 방수기술을 도입하는 중개인 역할을 했다.

"미스코리아였다는 게 도리어 저에게는 장해요소일 때가 훨씬 많았어요. 제가
나서면 사람들은 실력도 뭣도 없으면서 미인계를 쓰려는 게 아니냐는 식의 오해
를 많이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어떤 기술을 소개하고 중개하더라도 제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체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습
니다. 미인계 따위에 기대서 무분별한 중개를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업계에서는 '헬밋을 쓰고 현장에서 만나기가 더 쉽다'고 알려진 그의 실력으로
승부한다는 생각은 철저했고, 관계자들로부터 차츰 신뢰를 얻어냈다. 이어 姜씨는
개국 이래 최대의 사업이라는 고속철도사업에서 프랑스 알스톰사에 기술이전과
재정지원을 최대화하도록 설득, 프랑스 TGV와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주요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그는 95년 3월 김영삼 대통령의 유럽순방 경제사절단의 공식 수
행원으로 활약하는 등 거물 사업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그 동안 사업을 통해 얻은 모든 것을 고국의 땅에 되돌려 놓겠다는 생각으로
귀국했어요. 국내에 이미 암웨이, 뉴스킨 등의 외국의 다단계판매회사에 의해 잠
식당하고 있는 시장을 순수 국내자본으로 제쳐내고야 말 생각이에요."

姜씨는 지난 95년 귀국, 역삼동에 자기자본으로 노이폼하우스라는 다단계판매
회사를 차리고, 순수자연식품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이화여대 정보
과학대학원 최고지도자과정을 마친 姜씨는 최근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컴퓨터 등
전자제품 활용에 가장 큰 폐해로 지적되고 있는 전자파 차단 장치에 관심을 가지
고 전자파 완전 방지 제품 개발과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엘마전자와
합작으로 개발한 '모니터 보안기'는 기존의 보안 기능에 전자파를 99.9%까지 차
단하는 획기적인 제품이라고 姜씨는 강조한다.

환갑을 넘긴 미녀 사업가의 변신이 놀랍기만 하고, 앞으로에 대한 기대 또한
예사롭지 않다.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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