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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일정
제목 산골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동양화가 최용건 날짜 2002.02.15 09:18
글쓴이 고규홍 조회 612
"깊은 산골서 번지점프를 하듯, 인터넷 깊숙한 곳에 빠져들어요."

동양화가 최용건… 손수 자신의 홈페이지 만들어 산골 화실의 사진과 그림, 일기 꾸준히 올려

'새벽에 홀로 반야차를 마시며, 번지점프를 하듯 의식의 심연으로 빠져드는 한 사내'가 있
다. 강원도 인제군 진동 계곡의 '하늘밭화실'에서 자연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끼고, 그림을
그리면서 자연과 삶의 알갱이를 찾아 헤맨 일상과 사색의 기록으로 두 번째 산문집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푸른숲 펴냄)을 펴낸 동양화가 최용건(52)씨가 바로 그다.

"속절 없이 흐르는 시간이 아쉬워, 일기로나마 남기고 싶었어요. 인터넷은 이 산골짝에서
제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큰 창구입니다. 인터넷 우체국 '인포메일(www.infomail.co.kr)'
에서 '진동리의 사계'라는 제목의 이메일매거진으로 일기를 여러 독자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제 글을 지극히 아껴주시는 분들이 있어 부끄럽기만 합니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서울과 춘천에서 대학 강의를 하던 그는 지난 96년, '조금은 가난
해도 좋다'는 생각으로 은행원이던 아내와 함께 '마지막 정착지' 진동계곡으로 흘러들어 지
금에 이르렀다.

"화가의 손으로 짓는 농사, 실수 투성이었지요. 농사 중 가장 쉽다는 옥수수 농사조차 수
확기를 맞추지 못해 실패했고, 지난 해에는 옥수수를 무인판매 방식으로 길에 내놓고 팔기
도 했어요."

아내와 단 둘이 사는 데에 한달 70만 원이면 너끈하다며, 양봉과 약간의 밭갈이, 나그네를
위한 민박을 치고 있는 그는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인터넷에 홈페이지(www.hanlbat.co.kr)
를 만들었다. 나모웹에디터를 이용해 그는 진동 계곡의 사진과 자신의 그림, 일기 글까지를
풀어낸다. 네티즌 사이에는 화가로서보다 명문장을 구사하는 산문가로 더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사람들을 만나 술 한 잔 제대로 마실 줄 모르는 그는 천생 화가. 아무래도 그림에
관한 정보를 얻기 힘든 산골에서 그가 미술 관련 정보를 얻는 유일한 창구는 인터넷일 수밖
에. 미술포털 '인터아트코리아(www.artin.com)'와 미술전문정보검색 사이트 '아이라이크유
(www.ilikeu.com)'를 찾는 일은 그래서 그이의 본업에 속하는 일이다.

"이 깊은 산골에서 책조차 보지 않는다면 정말 외로워질 것 같아 책은 많이 보려고 애씁니
다. 하지만 책 구하기도 쉽지 않은 시골이어서 인터넷 서점 '리브로(www.libro.co.kr)'를 이
용합니다. 인터넷 서점은 많지만, 예술서점 '아티누스'를 함께 운영하는 리브로가 제겐 끌리
더군요."

"화력(畵歷) 33년의 나이에 개망초를 사랑함을 천명(天命)"으로 받아들이는 그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일에 익숙지 않다. 말재주가 '젬병'인 그도 어김없이 수다스러워질 때가 있
다. 들길 따라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개망초, 치커리꽃, 달맞이꽃, 칡꽃을 만날 때가 바로 그
때다. 그렇게 이름 모를 들꽃들과 한없는 그리움을 권커니잣커니 나누고 돌아오는 날, 찾아
들어가는 사이트가 '한국의 야생화(www.wild-flower.pe.kr)'다.

산 허리에서 지는 해를 우두망찰 바라보며 자연의 장엄함을 느낀다는 그는 그러나 어느 새
생활인으로 돌아가 한달 70만원의 수입을 위해 자신의 경쟁 (?) 사이트인 여행민박안내 사
이트 '고향집(www.backhome.co.kr)'에 방문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삶이란 호수와도 같은 것, 죽음이란 삶이 범람하는 현상"이라는 그의 자연 속 인터넷 생
활은 어느 새 차가운 모니터 안에 따스한 온기를 흐르게 하고, 그 위로 칡꽃의 알싸한 향이
향긋 불어오게 한다.

<2002.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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